한국산 가상화폐 ‘테라·루나’는 미국에서 증권성 문제로 사업화가 좌절된 ‘베이시스 코인’ 백서를 모방한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실패가 예견된 사업이었다는 게 검찰 결론이다.
11일 법무부가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에 제출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신 전 대표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등 초창기 멤버 7명은 미국에서 발표됐던 ‘베이시스 코인’ 백서를 모방해 2018년 3월 테라 프로젝트를 구체화했다. 베이시스 코인은 2017년 6월 미국에서 발표됐지만 증권성 문제로 사업화되지 못했다. 신 전 대표 등은 이미 실패한 사업을 베껴 프로젝트를 진행한 셈이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이 프로젝트의 전제 조건인 테라페이 사업이 실현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봤다. 테라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 사업을 통해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해야만 ‘가격 고정 알고리즘’이 작동하는데, 2018년 9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해당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신 전 대표 등은 결제시스템 사업을 공식화했고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 임원에게 은행 펌뱅킹(기업을 위한 은행전산 연동 지원 서비스) 승인을 청탁하며 루나코인도 건넸다.
테라폼랩스는 테라코인 수요를 창출하고, 루나코인 가격을 올리기 위해 앵커 프로토콜(가상화폐 예금상품)도 만들었다. 일반 투자자들이 테라코인을 구입해 예치하면 19.56%대 이자를 지급하는 식이었는데, 실제론 지급할 돈이 없어 다른 예치자들로부터 받은 테라코인을 ‘돌려막기’ 식으로 활용해야만 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신 전 대표 측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책임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다. 테라페이의 경우 금융당국의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받지 못했고, 폭락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권 대표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앵커 프로토콜에 있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선 테라 사건이 코인의 증권성을 인정해 기소한 첫 사례인 만큼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
임주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