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訴’ 증인 日 변호사 “日 총리, 방해 말아야”

입력 2023-05-12 04:05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가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증인 출석을 앞두고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인권 변호사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11일 한국 법정에 들어서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적극적으로 한국의 사법을 따르라고 (일본 피고 기업들을) 설득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강제동원 판결 등과 관련한 기시다 총리 태도에 관한 언급이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 심리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악수를 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1992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낸 손해배상 사건인 이른바 ‘관부재판’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대리한 인물이다. 관부재판은 부산의 일본군 위안부·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1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청구한 소송이다.

6년간의 재판 끝에 1998년 야마구치 지방법원 시모노세키지부의 1심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 3명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영화 ‘허스토리’의 소재로도 다뤄졌다. 이 재판은 일본 법원이 일본의 잘못을 인정한 최초이자 유일한 판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3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위안부 피해자 측 대리인은 야마모토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1심 재판부가 소 각하 결정이 내리면서 인용한 일본의 ‘국가면제’ 주장을 배척하기 위해서다. 국가면제란 주권 국가를 다른 나라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국제법상 규칙이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재판 시작 전 “1심은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독일의 국가면제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이탈리아 측 주장을 배척한 사례를 근거로 판단했다”며 “이후 우크라이나와 한국 등에서 가해국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예가 새로 생겼다. 당시 ICJ 결론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정에서 “피해자들은 수십년에 걸쳐 일본과 미국 재판소, ICJ 중재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고 마지막 수단으로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피해자의 사법 접근권을 보장하고 인권을 구제하기 위해 국가면제를 제한해야 하는 전형적 사례”라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