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라살림 적자가 3개월 만에 50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절반에 육박하는 액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금이 20조원 넘게 덜 걷힌 탓이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5000억원 증가한 54조원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58조2000억원)의 90%를 넘어선 수치다. 적자 누적 속도는 117조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빠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차감한 수치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국세 수입 부진이 적자 확대폭을 키웠다. 1분기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5조원 감소한 145조5000억원에 그쳤다. 특히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24조원 줄어든 87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부동산 거래 침체로 소득세가 7조1000억원 감소한 데다 기업의 영업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6조8000억원 적게 걷힌 탓이다. 1분기 세수진도율도 최근 5년 평균(26.4%)보다 4.7% 포인트 낮은 21.7%에 그쳤다. 다만 기재부는 지난해 1분기에 몰렸던 이연세수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세수 감소는 14조3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줄어든 정부 지출이 적자폭 확대를 그나마 억제했다. 1분기 총지출은 1년 전보다 16조7000억원 줄어든 186조8000억원이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사업 예산과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투입되는 기금이 각각 5조1000억원, 11조6000억원 감소한 영향이었다. 다만 중앙정부 채무는 3월 말 기준 105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0조2000억원 증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분기 적자 폭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관리재정수지가 현재 추세대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에 경기가 반등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