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징계 마무리한 국힘, 극우와 절연하고 혁신에 나서라

입력 2023-05-12 04:03
국민의힘 김재원(왼쪽)·태영호 최고위원이 8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징계 심사 관련 입장을 소명한 뒤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최현규 기자

국민의힘이 10일 잇단 설화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 징계를 마무리했다. 김 최고위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 결정을 앞두고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태 최고위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3개월을 처분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치른 지 두 달 만에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물러나거나 자격이 정지됐다. 국정 운영의 주축인 집권여당의 한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두 최고위원 징계를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극우 노선과 결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김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실언,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사건 김일성 지시’ 발언, ‘JMS 민주당’페이스북 게시,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 녹취 유출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 발언은 상식적인 역사 인식과 사회적 합의에서 벗어난 극우적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두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실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극우적 발언이 지도부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상황은 국민의힘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개딸’로 상징되는 강경파 지지자들에게 휘둘리는 동안 국민의힘은 극우 진영 논리에 경도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김기현 대표는 11일 “당 지도부의 일원은 언행에 있어 더욱더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언을 신중하게 하겠다는 정도의 다짐만으로는 비슷한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친윤 일색의 지도부를 구성했다.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배제했다. 연대와 탕평의 정신이 사라진 결과물이 지금의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격이 국민의힘 승리라는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의 중도층을 견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과 민주당과 타협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힘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