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다음 달 대부분 해제키로 하면서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2020년 1월 첫 환자가 발생한 지 3년4개월 만에 긴 터널을 벗어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국민들이 일상을 되찾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 관련 업계 종사자, 보건당국 관계자 등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열악한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한 의료진 등의 노력 덕분에 재앙 같은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었다. 경제적 고통과 일상의 불편함을 참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협력한 국민들의 성숙함이 길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이겨내는 힘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에 이어 감염병 등급도 4급으로 하향 조정되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11일 0시 기준 확진자는 2만명을 넘었고, 위중증 환자도 157명에 달한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독성이 약화돼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에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특히 2~3년 내 새 감염병이 다른 팬데믹을 불러올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사스,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 코로나19로 이어지는 팬데믹 발생 주기가 확연히 짧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시스템 정비다. 그런 점에서 중대본이 방역 조치 해제와 동시에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여기에는 감시체계 구축, 하루 확진자 100만명에 대비한 병상 확보 및 의료진 비상 동원 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이 계획이 제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핵심 역할을 담당할 공공병원은 지금 고사 위기다. 감염자 치료에 전념하는 동안 병원을 떠난 타과 의사와 환자가 돌아오지 않는데다, 정부로부터 받은 손실보상금·지원금은 고갈 직전이다. 공공의료 자체가 붕괴의 임계점에 달했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나온다.
여기에 심각한 의사 부족에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한 코로나19 전담병원이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사단체 눈치를 보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 국회 역시 비대면 진료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지만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는커녕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기본이 되는 의료진 확보와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으니 팬데믹 중장기 계획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대책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이제 막 지나왔는데도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