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4.9% 상승했다. 지난해 6월 고점 이후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유지했지만, 주거비와 중고차 가격 등이 최근 다시 상승하면서 지금 수준의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은 12일(현지시간) 4월 CPI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9%로 전월(5.0%)보다 0.1% 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이후 2년 만에 최소폭 상승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5% 상승해 지난 3월보다 0.1% 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2월 수준과 같다. CPI와 근원 CPI는 시장 전망치(각 5.0%, 5.5%)와 근접했다.
주거비는 CPI 수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주거비 지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8.1% 올랐고, 전월 대비로도 0.4% 상승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임대료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서 올 2분기부터 데이터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혼란이 주거비 하락을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부동산 중개회사 하우스카나리는 “주택시장 불안감으로 구매자들이 임대주택에 몰리면서 임대료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1분기 기존 단독주택 매매가격 중간값은 지난해 동기보다 0.2% 하락한 37만1200달러로 2012년 1분기 이후 처음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그러나 Fed의 강력한 긴축으로 단독주택의 일반 모기지 월 상환액은 1859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나 오른 수치다.
안정세를 보이던 중고차와 휘발유 가격도 다시 들썩이면서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압박했다. 노동통계국은 휘발유 지수 증가는 다른 에너지 구성 요소 지수 하락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료품 가격 지수는 지난달과 같았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전날 뉴욕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금리동결 가능성을 묻는 말에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 추가 정책 압박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지만, 이날 CPI 지수 둔화가 나타나면서 금리동결 여지가 생겼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그러나 고물가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은 작아졌다. 갤럽이 진행한 경제 리더 신뢰도 조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 긍정평가는 36%로 역대 가장 낮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