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 애플 등 미국 대표 플랫폼 기업도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규율 대상으로 넣겠다는 방침이다. 해외기업이지만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기업을 규율 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에서 재추진 중인 온플법에는 시장 지배력이 큰 국내외 5~6개 플랫폼 기업이 규율 대상이다. 이 중 3분의 1가량이 미국 기업인 셈이다. 미국 기업을 콕 집어 강력히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지 않은 길’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특히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기업 우대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양국 간 첨단기술동맹이 구축되는 등 순풍이 부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표적 IT기업을 타깃으로 규제에 나설 경우 미 정부의 강한 반발이 우려된다.
미국은 실제 자국 플랫폼 기업 규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칫 규제로 인해 시장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미 의회에는 플랫폼 독과점 관련 법안 5개가 발의됐으나 플랫폼 기업결합 신고비용을 상향하는 법안을 제외한 4개 법안이 회기를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규제 대상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데다 기존 경쟁법과 별개로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동의를 얻지 못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미 하원이 플랫폼 규제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향후 미국의 플랫폼 규제 강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칫 한국만 미국 플랫폼 기업을 규제했다가 통상 마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대중 무역 규제 분위기가 형성된 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지난해 12월 중국 플랫폼인 ‘틱톡’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규율 대상 선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 소지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데 미국 기업을 제외하기 어렵다고 본다. 2021년 기준 글로벌 100대 플랫폼 기업 중 미국 기업이 41개인 만큼 이들을 제외한 규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국내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면 반발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