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갖는 건 모든 아이들의 기본적인 권리”

입력 2023-05-11 04:03
해외입양 1세대이자 입양인의 대모로 불리는 수잔 순금 콕스가 7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아이들을 생각하는 게 가장 먼저죠.”

해외입양 1세대로 입양인의 대모라 불리는 수잔 순금 콕스(71)는 해외입양을 대하는 엇갈린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잔은 ‘5월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다른 해외입양인과 함께 지난 4일 입국했다. 공식 일정을 앞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수잔은 한국의 해외입양 실태와 관련해 아이들이 새 가족을 만나는 일이라는 차원으로 입양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아이가 가족을 가지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아이가 친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고, 그들이 태어난 나라에서 입양될 수 있다면 그게 두 번째로 좋은 선택지겠지만 대안이 없다면 해외입양도 적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과거 해외입양 대국으로 분류됐다. 현재도 입양아 중 절반가량이 해외로 보내진다.

수잔은 한국인 어머니와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영국 군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1956년쯤 4~5살의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한국의 공식적인 첫 해외입양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잔은 1세대 해외입양인에 해당한다.

하루아침에 낯선 땅으로 입양된 수잔 역시 생모를 찾아 나선 적 있다. 1993년 당시 생모를 찾는다는 광고를 신문에 올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과 연락이 닿았지만,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고 이부형제들만 남아있었다.

생모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지만, 수잔은 “그녀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대에는 혼혈인 아이를 어머니 혼자 키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어머니가 나를 사랑했고 (입양 보내기 전까지) 5년 동안 나를 지켜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명함에 꼭 미들네임 ‘순금’을 적었는데, 어머니를 기리는 의미였다. 수잔은 “한국 이름이 순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고아원이 지어준 이름인지, 생모가 지어준 이름인지는 알지 못했다”며 “생모를 찾았을 때 그제야 순금이 어머니께서 지어준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잔을 포함한 입양인 대표단은 이번 방한 목표로 한국의 ‘헤이그 국제 아동 입양 협약’ 비준 촉구를 든다. 헤이그 협약은 아동매매 방지와 아동인권 보호를 위해 발효된 다자간 협약이다. 한국은 10년 전 헤이그 협약에 서명했지만, 협약 이행에 필요한 제도 마련과 법 개정을 미루다 지금까지 국회 비준 동의를 완료하지 못했다.

수잔은 비준이 늦어지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입양 절차나 관행 면에서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기준으로 삼는데 왜 입양 협약은 비준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그는 “입양을 앞둔 가족이 아이의 역사와 배경을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다. 입양가족이 입양아를 데리러 (그 나라로) 직접 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며 “협약은 실제로 입양 전체 과정을 보호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정말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