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들은 키움증권이 증거금률을 임의조정해 반대매매를 유도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6년 전 ‘루보 사태’ 때는 뒤늦게 증거금률을 상향 조정했다는 이유로 증권사의 손해 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된 판례에 비춰 이번 사태 피해자들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SG 사태로 피해를 입었다는 일반 투자자들은 최근 법무법인 평산을 통해 키움증권에 대한 진정·탄원서를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증권사의 증거금률 임의조정을 문제 삼고 있다.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24일 키움증권이 투자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증거금률을 임의로 상향해 반대매매가 일어났고 그 여파로 주가폭락이 발생했다는 취지다. SG 사태와 관련해 시세 조정 혐의 등으로 전날 체포된 라덕연씨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키움증권이 반대매매를 유발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달 25일 다우데이타 등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을 신용융자, 담보대출 가능 종목에서 제외하고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다. KB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사태 발발 이후 증거금률을 상향했다. 증거금은 실제 투자금으로 살 수 있는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일 때 증권사에 맡기는 보증금 격이다. 주식 가치가 증거금률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판다. 결국 증권사의 증거금률 상향 탓에 반대매매가 일어났다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하지만 증권사 과실을 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SG 사태와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16년 전 루보 사태 판례가 그 근거로 꼽힌다. 루보 사태는 2006년 10월부터 2007년 3월까지 6개월간 다단계 사업 형태로 루보 주가를 조작해 투자자들 피해를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은 루보 주식을 미수거래로 사들인 뒤 주가폭락에 따른 손실을 내고도 이를 갚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채무상환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판결에서는 되레 증권사가 30%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증거금률을 인상해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투자자들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지음 김설이 변호사는 10일 “당시 2심에서는 양측 간 합의로 끝났지만 투자자를 제때 보호하지 못하고 증거금률을 늦게 인상했다는 이유로 증권사 과실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태에서 단순히 신용평가를 엄격히 한다는 이유로 증권사 과실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 측은 주가가 위탁증거금의 40% 수준까지 떨어지면 투자자들에 대한 통지와 함께 반대매매가 이뤄진다고 반박한다. 주가폭락 이후 시장에 경고 시그널을 보내기 위해 증거금률 상향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