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시찰 ‘포인트’… “충분한 데이터와 사후 검증”

입력 2023-05-11 00:02 수정 2023-05-11 00:32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이 10일 국회에서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김상희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후쿠시마에 파견할 원전 오염수 시찰단의 역할과 성격을 놓고 한·일이 시각차를 드러낸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검증 수준의 내실 있는 시찰이 가능하도록 일본으로부터 충분한 데이터 제공과 오염수 방출 이후의 주기적 시찰 등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측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데이터,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데이터를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일본 측의 충분한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만 사례가 보여준 한계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월 후쿠시마에 파견됐던 대만 조사단은 도쿄전력의 설명을 듣고 오염수 탱크·다핵종제거설비(ALPS)·해저터널 등을 둘러보는 데 그쳤다. 대만 조사단에 대해 ‘관찰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측이 한국 시찰단에 대해서도 방사성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오염수 탱크와 ALPS 등을 살펴보는 수준으로 접근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감안해 정부가 직접 점검을 원하는 시설이나 받고자 하는 자료를 일본 측에 적극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찰 결과 한계가 드러날 경우 한·일 공동조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기호 전 주고베 총영사는 “일본 측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자료를 제공하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할 것”이라며 “시찰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공동조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찰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염수 방류 이후에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 연구위원은 “오염수 방류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니 그다음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일본으로부터 방류 이후에도 주기적인 시찰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할 만한 시찰단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 전 총영사는 “시찰단을 관료와 정부 산하기구 사람들로만 구성할 경우 문제 제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환경단체나 진보적인 그룹의 전문가들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여야가 공동 추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시찰단에 대해 “원자력 안전이나 해양 환경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룰 것”이라며 “오염수를 처리하는 시설과 해양 방출 시설 및 장비, 오염수 처리 방식이 타당한지를 검증할 현장에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YTN 인터뷰에서 “12일 일본 측과 (시찰단 파견 관련) 실무 협의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방 실장은 최고의 전문가들로 팀을 짜고 있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가진 데이터가 어떤 상태에서 채집됐는지 등을 보면 데이터 신뢰도를 알 수 있는데, 그런 내용을 전문가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전례를 고려하면 시찰단 규모는 8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23~24일 체류를 계획했으나 체류 기간을 3박4일 이상으로 늘렸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일본을 압박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오염수가 안전하고 무해하다고 매번 말하는데, 그러면 왜 국내에 방류하거나 농업·공업용수로 쓰지 않는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박준상 기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