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접수되는 마약류 감정의뢰가 1년 새 30% 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마약인 합성대마류 검출 횟수도 크게 증가했다. 변사체에서 뜻밖의 마약류가 검출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9일 국과수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과수에 들어온 마약류 감정의뢰량은 모두 2만4424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8253건)에 비해 33.8% 증가했다. 지난 4일 강원도 원주 본원에서 만난 이재신 국과수 독성학과장은 “직원들이 다 달려들지 않으면 의뢰량을 처리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마약 감정 최일선에 서 있는 그는 “약 3년 전부터 한국 사회에 마약이 번지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고 했다.
의뢰되는 마약류는 대부분 필로폰이나 대마지만, 최근엔 합성대마 같은 신종마약도 자주 검출된다. 이 과장은 “통상 신종마약이라고 하면 예전엔 소수의 중독자들만 하는 특이한 마약이었다”며 “그러나 요즘은 필로폰·대마처럼 토착 마약화돼 일반 마약과 비슷하게 유통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과수 마약백서를 보면 필로폰과 대마 검출이 2017~2021년 약 2배 증가한 반면 합성대마류는 같은 기간 4건에서 484건으로 121배 폭증했다. 합성대마류 증가속도가 전통적 마약류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지난해 국과수 마약류 감정의뢰건 중 마약류 양성 비율은 약 42%였는데, 이 중 신종마약류 검출 비율이 27%에 달했다.
신종마약은 기존 검사 키트로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마약 제조·유통범들은 기존 마약이 적발되면 분자구조에 약간의 변형을 준 새 마약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문제는 추가 분석을 통해 신종마약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특정 신종마약을 검출하는 키트를 개발하면 어느새 분자 배열이 바뀐 신종마약이 등장해 감시망을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신종마약 제조자들조차 약이 어떤 독성을 가졌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1회 투약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그는 “분자 구조를 바꿀 때 어떤 신종마약은 효과가 10분의 1로 떨어질 수 있지만, 어떤 것은 100배 이상의 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한 알에 얼마만큼의 치사량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종마약을 내놓는 건 전쟁에서 신무기를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신종마약류 분석법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체 부검 시 마약류가 검출되는 건수도 지난 3년간 60.47%나 증가했다. 이 과장은 “변사자 등 마약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시신에서 뜬금없이 마약 성분이 검출되는 경우가 지난 몇 년간 갑자기 늘었다”며 “우리 사회에 마약이 많이 퍼졌다는 걸 연구원 안에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원주=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