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라덕연 등 ‘핵심 3인방’ 체포 … 오늘 영장 청구 예정

입력 2023-05-10 04:06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투자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의 공형진 변호사가 9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주범인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 라덕연(42)씨를 비롯한 ‘핵심 3인방’을 전격 체포했다. 검찰은 이르면 10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은 9일 오전 10시25분쯤 라씨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최측근인 변모씨와 안모씨도 이날 오후 차례로 체포했다.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이들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들은 무등록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휴대전화와 증권계좌 등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통정거래(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팔아 주가를 띄우는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변씨는 H사를 총괄 관리하면서 의사 등 고소득 투자자 모집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가수 임창정 소속사의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프로골퍼 출신인 안씨는 돈세탁 창구로 지목된 서울 강남구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투자자 모집·관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팀은 라씨 등이 투자와 무관한 법인을 통해 수익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범죄수익을 빼돌리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라씨는 골프아카데미와 식당 등을 통해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으면서 이른바 ‘카드깡’ 방식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해외 골프장 등 부동산을 사들여 주가조작으로 실현한 차익과 수수료를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최근 라씨에게 고액을 맡긴 의사, 사업가 등도 줄줄이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 시세조종 대상이 된 기업 경영진에 대한 소환조사도 진행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인의 책임에 초점을 두지 않고 (장기간) 주가가 올라가고 폭락하게 된 경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 66명은 라씨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은 고소·고발인의 피해 액수를 1350억원으로 추산했다. 공형진 변호사는 “단순한 주가조작 사건이 아니라 가치투자를 빙자한 폰지사기”라며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한다는 설명을 듣고 투자를 맡겼다. 본인 앞으로 부채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한 피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