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각지대 없게… 마약·도박·성범죄 선제 차단 나선다

입력 2023-05-10 04:08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변종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교 3학년생인 A군(15)은 주변 친구를 따라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카드게임의 일종인 ‘바카라’를 접하게 됐다. 처음 몇 번은 소소하게 돈을 따는 듯했지만 판이 거듭될수록 돈을 잃어 결국 수중의 10만원을 다 날려버렸다. 그런데도 사이트 접속 유혹을 이기지 못해 에어팟 등을 팔아 모은 수십만원의 판돈으로 다시 뛰어들었다가 이 돈마저 모두 잃었다. A군은 9일 “‘정신 차리자’는 생각에 도박치료 영상도 찾아보며 한 달간 참았는데도 결국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 가진 돈을 모두 털렸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이버 도박을 비롯해 마약, 디지털 성범죄, 사이버 폭력, 청소년 유해업소(변종 룸카페) 등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올해부터 사이버 도박중독 예방을 위해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도박 문제를 진단하기로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진단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위험 청소년을 찾아내 도박 치유프로그램을 연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약중독 청소년의 치유지원을 위해 중독재활센터도 현재 2곳에서 2024년까지 전국 17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재활센터 2곳의 연평균 이용자는 815명이지만, 센터가 확충되면 4000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청소년비행예방센터나 보호관찰소, 소년원 등에서 청소년 치유지원이 필요한 경우 정서·행동 문제 치유기관인 국립청소년디딤센터로 연계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벌어지는 위기 청소년 대상 폭력·착취 행위는 경찰청 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위기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전국 시·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임상심리사를 배치한다. 하반기부터는 찾아가는 ‘청소년 마음건강 지킴이 버스’ 5대도 운영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첫 실태조사도 시행한다. 여가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경우 법정대리인 요청 없이도 선제적으로 삭제키로 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최근 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이나 변종 룸카페 청소년 출입 문제 등 청소년의 일상을 위협하는 불법·유해환경 확산을 엄중히 인식하며 관계부처와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불법·유해환경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피해 청소년의 일상회복을 지원하는 등 청소년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