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주택 분양 과정에서 이뤄지는 중도금대출 보증사고 건수가 1년 만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세가격 하락 등으로 중도금 대출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UG의 주택구입자금(중도금대출 보증) 사고 건수는 5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298건), 2021년(290건)의 배 수준이다. 사고금액 역시 1224억원으로 2020년(535억원), 2021년(555억원)보다 배 이상 늘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사고금액은 511억원으로 이 추세라면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중도금대출 보증은 입주 예정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는 주택 구입자금의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보증 상품이다. 중도금대출 보증사고는 금융기관에서 이자 미납 또는 원금 미상환 등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인해 보증기관에 사고를 통지한 경우 발생한다.
중도금대출 보증사고 급증세는 최근 전세가 하락 여파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파트,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택을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중도금을 대출받은 후 원금과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때 실거주 목적이 아닌 수분양자들은 통상 잔금을 치르면서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중도금까지 상환한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 하락 및 전세사기 발생 영향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대출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하락 영향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제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보증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건설사발 보증사고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HUG의 중도금대출 보증을 받은 수분양자들이 고금리, 고분양가 등 사유로 입주를 포기하면 계약취소에 따른 대출을 시공사 또는 시행사가 떠안게 된다. 이 경우 당장 보증사고로 집계되진 않는다. 하지만 미분양 급증으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건설사들이 도산하면 이 계약취소 건들은 보증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국 미분양 가구 수는 올해 2월 기준 7만5438호로 2019년 말(1만9005호)에 비해 약 4배 급증했다. 김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택 경기 회복이 지연될 시 올해 말 미분양은 12만 세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세보증뿐 아니라 분양시장에서도 보증사고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증사고가 늘면 보증배수 한도를 조기에 위협할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보증 발급이 가능하다. HUG 관계자는 “전세보증사고에 더해 분양시장발 보증사고가 겹치면 보증 여력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