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수사 검사, 피고인 변호 로펌행에 총장 ‘격노’

입력 2023-05-10 04:05
연합뉴스

‘테라 루나 폭락 사태’ 수사팀 소속이던 검사가 퇴직 후 곧바로 사건 핵심 피고인을 변호하는 법무법인으로 이직해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원석(사진)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에 해당 변호사와의 접촉 금지령을 내리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섰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3개월 전 검찰을 떠난 이모 변호사가 최근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변호를 맡고 있는 A법무법인에 영입됐다는 소식을 듣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서울남부지검에 “이 변호사와 일절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총장이 일선 검찰청에 이 같은 ‘접촉 금지령’을 내리는 건 이례적이다. 주요 수사를 맡았던 검사 출신 변호사를 둘러싼 전관예우 논란이나 수사 기밀 유출 비판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 출신이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변호하는 로펌에 취업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현직 검사들도 이런 부분을 각별히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검찰 경력을 발판삼아 로펌으로 이직하려는 검사들을 주요 수사팀에 발탁해선 안 된다는 주문도 했다고 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5일 신 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변호사는 합수단에서 근무하다 지난 2월 퇴직했고 이달 초 A법무법인에 파트너 변호사로 입사했다. 신 전 대표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지난해 11월에는 현직 검사로 이 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A법무법인은 블로그에 “이 변호사는 2022년 합수단에 합류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포함한 다양한 형사 사건을 담당했다”고 소개했다. 또 “이 변호사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전담 수사하며 관련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는 글도 올렸다가 최근 삭제했다.

현행 변호사법은 판검사가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했던 곳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신 전 대표 변호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취업했다”는 입장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