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전세 사기, 마약 범죄, 민방위 훈련까지 거론하며 이전 정부를 또다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감시 체계 무력화, 전 정부의 법 집행력 위축이 최근의 금융 사기와 마약 범죄를 불렀다고 언급했다. 민방위 훈련이 6년 만에 재개되는 것은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 때문으로 규정했다. 거야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1년(10일)을 앞둔 국무회의에서 국민은 대통령에게 소회와 비전, 반성과 희망을 듣고 싶었지만 전 정부와 야당 비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임대차 3법 등 전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전세 사기의 싹을 틔운 건 맞다. 금융투자 사기와 마약 문제 역시 전 정부의 규제 완화와 검찰 옥죄기의 결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수시로 전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국정 난맥상 문제를 합리화할 순 없다. 취임한 뒤엔 무한한 국정 책임을 지는 자리가 대통령 아닌가. 이미 대선 결과가 이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으라는 국민 뜻이 반영된 것이다. 이를 받들어 묵묵히 나라의 방향을 잡고 선진국 도약을 이끄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지 취임 1년이 되도록 전 정부 잘못만 따지는 것은 문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초중반대로 같은 시기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에 속한다. 복합위기에 따른 민생고 영향이 크나 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성과는 별로 없고 대통령의 불통도 지지율 저하에 영향을 준 게 사실이다. 특히 거야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는 식의 하소연은 적절하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은 예고됐기에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야당과의 소통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한 번도 야당 지도부를 만나지 않았다. 노골적 무시와 냉대에 더해 야당을 국정의 훼방꾼인양 취급했다. 대결적 자세를 고집하고선 왜 도와주지 않냐고 묻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9일 국민의힘 모임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형사 피의자라도 만났어야 한다”고 했다. 귀담아 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원하는 원활한 국정 운영이나 민생 회복을 위해서라도 야당 등 반대 세력과의 협치는 필수다. 그러면 지지율은 자연스레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