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구 구속 ‘돈봉투’ 수사 다시 탄력… 檢, 이젠 ‘윗선’ 겨눈다

입력 2023-05-10 04:06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한 고비를 넘게 됐다. ‘증거인멸 우려’ 부각 전략이 통했다. 향후 수사는 송영길 전 대표와 현역 의원 등 ‘윗선’을 직접 겨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정당법 위반,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강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21일 1차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17일 만이자, 이번 수사의 첫 구속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구속 하루 만인 9일 강씨를 구치소에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일부 지역본부장 등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반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전후인 2021년 3~5월 윤관석 의원 등과 공모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현역 의원과 지역상황실장 등에게 9400만원을 뿌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와 함께 돈봉투 ‘공여자군’과 ‘수수자군’을 특정해 형사처벌 대상자를 선별하는 작업의 속도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과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 수수자 대부분이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 신병을 확보한 만큼 다음 수순은 지난달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적시된 윤 의원과 이성만 의원에 대한 직접 수사가 될 전망이다. 다음 주 중 두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

지난 2일 검찰에 임의 출석해 “주변인 말고 나를 구속하라”고 주장했던 송 전 대표 수사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이번 사건의 최종 수혜자로 보고 금품 살포 과정에 관여했는지, 사전 모의는 없었는지 등을 살펴보는 중이다.

특히 검찰은 송 전 대표의 그간 언행을 주목한다. 검찰은 지난달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PC가 포맷 또는 교체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송 전 대표는 압수수색 다음 날 초기화된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 측은 다만 증거인멸 행위가 아니라 방어권 행사 차원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강씨의 구속영장에 담기지 않았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당법 위반 혐의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 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나와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