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력도매가(SMP) 상한제 시행으로 피해를 본 민간발전사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보전 비용으로는 한국전력공사 예산이 투입된다. 30조원이 넘는 적자를 안고 있는 한전의 경영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기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긴급정산상한가격 도입에 따른 연료비 손실보상을 위한 규칙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한전이 SMP 상한제 도입 이후 빚어진 민간발전사의 손실액을 부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부터 소급 적용된다.
SMP 상한제는 한전이 민간발전사에서 매입하는 전력 도매가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정부는 2022년 12월~2023년 2월, 지난 4월 등 4개월간 SMP 상한제를 운영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상한제를 통해 한전은 민간발전사로부터 ㎾h당 최대 100원가량 싸게 전기를 구입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했다. 그러나 상한제를 둘러싼 민간 발전사의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가 한발 물러난 모양새가 됐다.
한전이 물어야 할 금액은 전력거래소의 민간발전사 피해 규모 산정 절차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SMP 상한제 시행 이후 민간발전사들이 1조원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손해 배상 규모를 놓고 발전업계와 정부가 다시 한 번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발전사의 피해액 전부를 다 보전해줄 수는 없다”며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금액은 SMP 상한제로 한전이 절감한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력 시장 개혁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한전의 ㎾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다. 반면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낮은 120.5원에 그쳤다. 전력시장의 역마진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한전은 빚으로 손실을 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12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5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번 주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오는 11일 전후 당정협의회를 열어 한전과 한국가스공사가 제출한 자구책을 논의하고, 공공요금 인상 폭과 적용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 폭은 한 자릿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h당 7원 인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