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출가 박칼린 음악감독이 여성전용 공연 ‘와일드 와일드’가 자신이 연출한 ‘미스터쇼’를 표절했으니 공연을 금지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0부(재판장 임해지)는 지난 4일 공연 제작사 더블유투컴퍼니를 상대로 낸 공연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박 감독의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박 감독은 와일드 와일드가 2014년 초연한 박 감독의 창작 공연 미스터쇼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장면은 물론 각본의 주제와 기획 의도도 차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미스터쇼 각본과 와일드 와일드 공연의 유사성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스터쇼 각본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진행자의 대사”라며 “와일드 와일드는 진행자를 두고 있지 않고 배우의 대사가 전혀 없는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무대 구성 등에 대해서도 “미스터쇼 각본 장면 설명에는 ‘아슬한 무브먼트’ ‘본능에 충실한 몸짓들’ 등 아이디어에 불과하거나 추상적 또는 불분명한 표현이 다수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박 감독 측이 차용당했다고 주장한 주제와 기획의도 역시 아이디어에 해당해 저작권법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게 1심 결론이다. 재판부는 “각 장면의 배치 순서가 유사한 점이 있다”면서도 “‘남성 배우들의 안무와 동작, 연기만으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무대’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이나 표현 방식엔 한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샤워 장면, 제복을 입고 군무를 추는 장면 등은 미스터쇼 각본이 창작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미국 등의 공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구성”이라고 덧붙였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