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운암동 주민 김모씨는 9일 수돗물을 트는 마음이 가벼웠다. 지난 3일부터 닷새간 300㎜가 넘는 단비가 내려 광주 지역이 제한급수 위기를 벗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광주 동구 용연정수장 제2수원지는 만수위에 달했다. 주민들은 “물 걱정을 언제까지 하고 살아야할지 답답했는데 비가 많이 와 가슴이 뻥 뚫렸다”며 “단비가 아니라 금비”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의 주요 상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댐 저수율은 9일 0시 기준 36.59%, 주암댐은 29.36%를 기록했다. 시는 당분간 빗물 유입이 이어져 광주의 젖줄인 두 댐의 저수율이 이번 주말 4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심각한 가뭄으로 동복댐의 지난 3월 저수율은 제한급수 경고등이 켜지는 2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초에는 18% 수준까지 하락해 30여년만의 제한급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내린 많은 비 덕분에 저수율은 서서히 예년 수준을 회복 중이다. 동복댐은 광주시민 식수의 3분의 1인 하루 20만t 정도를 감당한다. 동복댐 관리사무소는 이번 호우로 최소 6개월 이상의 정상적 식수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정삼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주요 식수원 저수율이 200일은 충분히 버틸 수준에 달했다. 장마철이 시작되면 제한급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고립된 탓에 제한급수로 고통받아온 전남 완도군 섬 주민들도 일제히 물잔치를 벌였다. 완도군은 지난 3~7일까지 평균 222㎜가량 쏟아진 비 덕분에 금일도, 노화도, 보길도, 소안도 등은 8일부터, 넙도는 9일부터 단계적으로 제한급수를 해제했다. 제한급수 1년 2개월 만이다.
노화읍 주민 박모씨는 “온 가족이 마음껏 씻었고 빨래 걱정도 덜었다”고 말했다. 소안면 주민 이모씨는 “그동안 씻는 것도 힘들어 집집마다 50만~70만원씩 자비를 들여 물탱크를 설치해 버텨왔다”며 “주민 모두 물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기뻐하고 있다”고 했다.
닷새간 많은 비가 내리면서 보길도 부황제와 생일도 용출제의 저수율은 100%, 소안도 미라제는 65.7%, 금일도 척치제는 34.2%의 저수율을 기록했다. 현재 완도군 10개 수원지의 저수량은 310만t으로 평균 65%에 이른다. 이는 주민들이 앞으로 250여일 정도 쓸 수 있는 양이다.
완도군은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2022년 3월 10일부터 제한급수를 실시해왔다. 군은 그동안 가뭄 장기화로 인한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동식 해수 담수화, 지하수 저류지 설치, 대형 관정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 군은 장기적인 대책으로 노화·보길도에 해저 관로를 이용한 광역 상수도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가뭄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군민들께서는 항상 물을 아껴서 사용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군은 물 공급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