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발 주가폭락’ 사건 규명, 시세조종 혐의 입증에 달렸다

입력 2023-05-09 04:03
사진=최현규 기자

소시에테제너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라덕연씨를 둘러싸고 각종 민·형사적 쟁점이 불거지고 있다. 라씨 측이 사용한 휴대전화에 통정매매 흔적이 있는지, 투자자 중 주가조작 가능성을 사전 인지한 이들은 있었는지, 급락한 8개 종목의 주가 흐름에 외부 변수 영향은 없었는지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은 9일 라씨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등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고소장에 이름을 올린 투자자는 60여명으로, 이들의 피해 규모는 총 100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다른 피해자들도 법무법인 이강을 통해 라씨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해달라는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시세조종 혐의의 입증 여부다. 라씨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거래내역을 뒤져보면 다 나온다. 좋은 주식을 사다 보니 가격이 자동으로 오른 것”이라며 주가조작은 없었다고 했다. 불법적으로 일임매매를 진행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전에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서로 주식을 사고파는 식의 통정매매는 없었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선 통정매매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사전 공모 흔적과 주가를 부양했다고 볼만한 거래 패턴을 찾는 게 숙제라고 보고 있다. 검찰 수사팀도 통정매매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전화와 거래소 자료 등을 받아 분석 중이다. 문제가 된 종목에서 라씨 측 거래량 비율, 주가 상승·하락 시점과 라씨 일당의 매매 시점 사이 관련성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주가를 올린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는 점, 폭락한 종목 중 우량주도 있다는 점이 (혐의 입증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타깃이 된 종목의 주가 흐름에 외부 변수가 얼마나 작용했는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원은 주가조작 사건을 판단할 때 전쟁이나 국가 간 협정 등 증시 호재·악재가 끼친 영향도 함께 고려한다.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외부 요인이 뚜렷할 경우 시세 조종 여부를 입증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들 역시 투자 이면의 불법성을 얼마나 인식했는지에 따라 피해자가 아닌 공범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라씨는 연예인 등 유명 인사를 앞세워 투자자를 모집하고, 그 투자자를 통해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는 ‘다단계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 가능성 등을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일임했거나 다른 투자자를 모았다면 시세조종 공범으로 수사 받게 될 수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