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고위험군의 마지막 구조요청 신호를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자살예방상담전화(1393)가 만성적 상담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서 낸 세 차례 채용 공고에도 정원 미달 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10, 20대 자살률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예방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 보건복지상담센터는 지난달 자살예방상담사에 대한 3차 공고를 냈다. 센터는 지난 1월과 3월에도 채용 공고를 올렸다. 당시 모집 인원은 각각 31명, 22명이었지만 이번 3차 공고에서는 28명으로 다시 늘었다.
구인난을 겪는 주요 이유는 1393 상담사의 처우와 급여가 낮기 때문이다. 상담사들은 주말·평일 구분 없이 일하고, 새벽 교대근무를 하는 등 업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성 민원 전화에 따른 고충도 크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80명 채용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 근무 인원은 52명뿐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전화 응대율은 60%에 불과하고, 전화가 몰리는 심야와 새벽 시간대는 상담사 연결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담사 퇴사도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7명이 상담 업무를 그만뒀다. 지난해 퇴사자는 16명에 달했다.
1393은 자살 고위험군에 마지막 희망의 끈으로 여겨진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 고위험군은 절박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전화 연결이 돼야 한다”며 “일반 콜센터처럼 30~40분씩 대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처우 개선 외에는 해결할 방법도 딱히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채용 조건은 종전과 같이 유지하면서 채용 공고만 반복적으로 올리고 있다. 자살상담사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직무수행계획서 문항도 2022년과 지난해가 동일하다. 지역 자살예방센터에서 2년 넘게 일하고 있는 A씨는 “몇 달째 같은 공고를 올리고 있는데, 복지부가 상담사를 뽑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이 반영되면 인력확충을 할 것”이라면서도 “올해는 예산 반영이 어려워 당장의 처우 개선 등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오는 7월부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협업해 인력을 우선 충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지역기반사업부장은 “인력이 당장 부족하기 때문에 검증된 자원봉사자와 협업을 통해 응대율을 높일 수 있다”며 “기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트라우마 지원, 악성 민원인으로부터의 보호 장치 등 상담사 처우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