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기도 포천시 한 카페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오픈 시간은 오전 9시30분인데 8시 전부터 오픈런 행렬이 속속 모여들었다. 목적지는 인기 약과 브랜드 ‘장인약과’가 운영하는 카페 ‘장인, 더’였다. 이 카페는 오픈런은 물론이거니와 문을 열자마자 약과 판매가 종료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며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디저트 열풍과 할매니얼(할매 입맛+밀레니얼) 트렌드가 만나 ‘약과의 재발견’이 이뤄졌다. 약과 때문에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고, 약과를 사기 위해 ‘약켓팅’(약과+티켓팅)에 열을 올린다. 8일 기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약과’를 검색하면 9만개에 가까운 게시물이 나온다. 오픈런과 약켓팅의 성공담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면서 약과 열풍이 증폭되고 있다.
약과의 인기는 지난해부터 부쩍 달아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떠오른 할매니얼 트렌드는 흑임자, 쑥, 팥처럼 조부모 세대가 즐기던 전통 소재를 디저트의 중심으로 옮겨왔다. 그 흐름이 지금은 약과로 이어진 상황이다.
약과는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쿠키, 휘낭시에, 스콘, 타르트, 케이크, 아이스크림, 라떼 등 여러 종류의 디저트로 응용된다. 명절에나 먹던 전통간식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약과의 다채로운 변신이 주효했다.
이 중 가장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약과쿠키다. 꾸덕한 쿠키와 쫀득한 약과가 합쳐진 약과쿠키는 디저트의 식감을 중시하는 20~30대 취향을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렌드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편의점업계도 약과 열풍에 뛰어들었다. GS25는 업계 최초로 자체브랜드(PB) ‘행운약과’를 론칭하면서 상품 개발을 위한 ‘약과연구소’까지 신설했다. 행운약과 브랜드의 첫 상품은 약과 도넛(‘도넛에는 약과지’)이다. 이어 스낵, 음료 등 약과를 활용한 상품을 시리즈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말 CU가 출시한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사진)’는 약 한 달 동안 70만개가 팔렸다. 서울 강남의 유명 카페인 ‘이웃집 통통이’와 협업한 제품이다. 그렇게 한 달 만에 예상보다 7배에 이르는 매출 성과를 냈다. 출시 후 한 달 간 약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배 늘었고, 지난달 약과를 포함한 상온 디저트 매출 신장률은 104.0%였다.
‘팝업의 성지’로 불리는 더현대 서울에도 약과 팝업이 들어섰다. 인기 유튜버 ‘여수언니’가 론칭한 ‘봄날엔약과’ 팝업스토어가 오픈해 인기를 끌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