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기후위기 자연재해 등은 전 세계 식량난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국제전쟁까지 더해지면서 극심한 식량 위기에 처한 이들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만난 윤선희(48·사진)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코로나 전 1억3500만명이었던 식량 위기 인구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3억5000만명이 됐다”며 “지난해 WFP가 역대 최고인 90개국 1억5800만명을 도왔지만 아직도 2억명 가까운 이들이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참혹한 현실을 전했다.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은 WFP는 유엔 정식기관 중 가장 큰 인도적 지원 기관이다. 식량과 영양지원 긴급구호 등을 진행하며 전 세계 기아 퇴치를 목표로 사역하고 있다. 2020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대표적인 유럽의 곡창지대였던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난 후 주변국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식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WFP는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중간역할을 담당했으며 다른 나라로 피신한 난민도 도왔다. 윤 소장은 “풍요롭던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바로 수혜국이 됐다. 올해는 우크라이나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됐으니 식량난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WFP는 한국전쟁 여파에 태풍까지 덮친 1963년 한국 정부의 구호 요청에 따라 64년부터 20년 동안 지원했다. 현존하는 유엔 정식기관 중 한국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한 단체가 WFP다. 그 후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한국은 지난해 WFP 공여국 중 10위 안에 들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자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WFP 수단·남수단·레소토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그는 도움이 필요한 전 세계 곳곳에서 한국교회의 활약상을 목격한 증인이기도 하다.
“한국사무소장을 맡아 고국에 돌아오기 전부터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이 꼭 필요한 사역을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최근 한국교회봉사단도 우크라이나와 시리아를 위해 20만 달러를 보내줬다. 한국교회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배고픔에 고통받는 많은 이에게 힘이 되고 있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한다.”
글=박용미 기자,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