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못한 ‘우울증갤러리’서 또… 10대들 극단선택 시도

입력 2023-05-08 00:04
사진=연합뉴스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가 계속해서 10대 청소년들의 ‘동반자살 협정’(Suicide pact)을 맺는 창구로 쓰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건물 옥상에서 한 여중생이 투신한 지 20일이 채 안 돼 같은 갤러리를 이용한 또 다른 10대 2명이 한강 다리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구조되는 일이 발생했다. ‘모니터링 강화’ 방침만 세운 당국의 대응에 비판이 나온다.

7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3시55분쯤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여성 두 명이 난간 밖으로 넘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우울증갤러리에서 서로 알게 된 이들은 ‘10대 여학생 강남 투신 사건’을 모방이라도 한 듯 소셜 미디어를 통해 투신 시도 과정을 불특정 다수에게 생중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두 사람을 설득한 뒤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우울증갤러리를 폐쇄하거나 접근을 제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자살 충동질’이 만연한 인터넷 사이트는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자살 예방 대책 중 제일 시급한 게 자살할 수 있는 수단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그 수단을 찾기 어려워지면 사람은 삶에 대한 본능이 있어서 금방 마음을 돌린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10대 여학생 투신 사건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우울증갤러리 접속 차단을 요청했지만, 방심위는 법률 검토를 이유로 이를 보류했다. 대신 모니터링 강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그게 되겠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우울증갤러리엔 하루 60만건가량의 글이 쏟아진다.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할 동반자를 찾는다는 글도 다수 게재된다고 한다. 성범죄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니터링 요원들이 게시글 삭제 등으로 즉각 대응한다지만, 삭제까지 시간이 걸릴 뿐아니라 모든 글을 다 모니터링 하기도 힘들다. 신변잡기적인 글에 달리는 댓글을 통해서도 자살 관련 글을 남기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큰 효과가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조수연 호시담심리상담센터 대표는 “학업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고통 탓에 자해 충동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정말 많다. 이런 고통을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지 못하게 되면 인터넷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 동질감을 느끼면서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진다”며 “어떻게 괴로운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자해·자살 예방 교육이 조기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