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없었던 기간까지 포함해 노령연금을 분할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노령연금 감액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B씨와 1983년 10월 결혼해 22년 만인 2005년 10월 협의이혼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B씨가 2020년 12월 A씨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달라고 요구하며 다시 시작됐다.
A씨는 1988년 1월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이혼 후 얼마 뒤인 2007년 2월 노령연금 수급권이 생겼다. 개정 국민연금법은 연금 가입자와 5년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다 이혼한 배우자가 60세가 됐을 때 노령연금을 분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B씨는 A씨의 연금 가입기간 중 혼인관계가 유지됐던 17년치 연금을 나눠 달라고 했고, 공단은 이듬해 이를 받아들였다. A씨에게는 연금액이 월 60여만원에서 절반가량인 30여만원으로 줄어든다고 통지했다.
A씨는 이에 “22년 중 별거기간을 빼면 실질적 혼인기간은 1988년 1994년까지 6년”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이혼신고서상 ‘1994년 4월 20일부터 별거’라고 적힌 기록이 주요 판단 근거가 됐다. 두 아들도 ‘모친이 1994년 4월 집을 나간 뒤 우리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한 사실이 없다. 할머니가 양육·가사를 도맡았다’는 확인서를 냈다.
재판부는 “부부가 별거 상태였어도 그사이 가사·육아 역할분담이 이뤄졌다면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 형성에 기여했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별거기간에 대한 연금 수급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