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이제 진짜 실전… 첫 ‘승객’ 싣고 우주로

입력 2023-05-08 04:08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4일 세 번째 발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3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조립동에 누리호 1·2단이 결합돼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세 번째 우주비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앞선 두 차례 발사가 누리호 성능 검증에 주요 목적을 뒀다면 3차 발사는 실용위성을 우주 궤도로 올리기 위한 ‘실전’이다. 우주발사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받는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난 성공이 이번 발사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3차 발사에 탑재되는 위성 8기가 전부 집결한 지난 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현장을 찾았다.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은 남해를 바라보고 우뚝 서 있었다. 누리호와 선배 발사체 격인 나로호의 조립이 이뤄진 한국 우주발사체의 ‘산실’ 같은 곳이다. 내부로 들어서자 먼저 눈에 띈 건 대형 태극기였다. 그 아래에 누리호 1, 2단이 결합된 채 누워 있었다.

누리호 1, 2단은 엔진 성능시험을 마쳤고, 엔진 시동 및 1, 2단 분리를 위한 각종 화약류도 장착 완료된 상태였다. 3단과 연결될 2단의 앞부분은 검은색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산화제 탱크와 각종 기계장치 등이 위치한 곳인데, 외국 기술진 등의 ‘커닝’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원유진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8~14일 (위성보관동에서) 위성과 3단의 조립이 이뤄질 예정이고, 11~12일 페어링(위성 덮개)을 덮는 작업을 한다”며 “3단이 완료되면 15일에 이곳으로 가져와 21일까지 1, 2단과 3단을 결합한다”고 설명했다.


종합조립동에서 300m가량 떨어진 위성보관동은 분주했다. 이날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인공위성 ‘도요샛’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도요샛은 10㎏의 작은 위성 4기로 구성돼 있다. 세계 최초로 위성들이 편대비행을 하며 과학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3개월간은 4개 위성이 한 줄로 늘어서 비행하는 종대비행, 이후 3개월은 좌우로 나란히 비행하는 횡대비행을 한다. 단일 위성으로 관측하기 어려운 우주 날씨의 시간적 변화(종대)와 공간적 변화(횡대)를 측정할 수 있다. 관측 자료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공동 연구에 활용된다.

도요샛을 끝으로 우주 궤도에 오를 위성 8기가 위성보관동에 모두 모였다. 3차 발사의 메인 탑재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의 최종 점검을 받고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만든 이 위성은 빛과 구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주야간 지상 관측이 가능한 영상레이더를 싣고 있다.

나로우주센터 가장 안쪽에 위치한 발사대에선 화염유도로에 센서를 부착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누리호 발사 장면을 보면 수증기와 화염이 뒤섞여 쏟아져 나오는 공간이 있는데 이를 화염유도로라고 부른다. 누리호는 섭씨 3000도에 달하는 강력한 화염을 내뿜는데, 이를 한 방향으로 빼줘야 누리호가 하늘로 오를 수 있다. 강선일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화염의 온도와 속도, 압력 등을 측정하는 센서는 민감해 발사를 앞두고 설치한다”고 말했다.

누리호 3호기의 발사 예정일은 오는 24일이다. 발사 여부는 기상상황 등을 고려해 발사 당일 확정된다. 발사 예비일은 25~31일이다. 누리호 1호기는 오후 5시, 2호기는 오후 4시 발사됐는데, 3차는 오후 6시24분으로 설정했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임무 궤도인 550㎞에 안착하기 위한 최적의 시간대라고 항우연은 설명했다.

고흥=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