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주택 공공매입한다는데… 과거 28.8% 그쳐

입력 2023-05-05 04:06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공공매입 방안의 실효성이 낮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과거 공공매입을 추진했던 부도임대주택 10채 중 3채만 매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매입되지 않은 부도임대주택은 실거주 중이던 임차인들이 자신들 돈을 써서 분양받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공공매입이 이뤄진다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대출을 받아 주택을 낙찰받아야 한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대출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사업에 투입 예정이던 6조1000억원의 예산 중 일부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 형식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LH가 넘겨받아 경매에서 피해주택을 낙찰받은 뒤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에 장기로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매입이 원활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4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만5000가구의 부도임대주택 중 지난해까지 공공이 매입한 부도임대주택은 1만8739가구에 그쳤다. 전체 부도임대주택 중 28.8%만 매입이 이뤄진 것이다. 공공매입이 오히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대출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매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존 주택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주택을 낙찰받아야 하는데 경매 대금을 납부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출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가능한 한 많은 피해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매입 주택 기준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LH는 올해 1월부터 건축한 지 10년 이내의 주택만 임대용으로 매입하고 있다. 피해주택의 경우 지어진 지 10년이 넘었더라도 매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무단 증축, 용도 변경 등이 이뤄진 불법 건축물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