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은 논쟁의 대상이 아닌 전 세계 과학자들이 입증한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전한 보도에도 기후위기 위험성이 과장됐다거나 사기라는 반응이 많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의견도 많다’는 것을 근거 삼아 회의론을 펼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엄밀하게 검증된 사실에 저항하는 주장이 있다고 해서 과학과 볼멘소리를 동일선상에 놓긴 곤란하다. 가령 세상에는 아직도 지구가 평면이라고 주장하는 ‘지구평면설’ 주창자들이 있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논쟁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개인이 어떠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의미 있는 공론의 전제조건은 그 주장이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타당한 근거 없이 막무가내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소모적 논쟁만 확대할 뿐이다. 기후위기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그릇된 신념이 아닌 사실이며, 이는 현실세계에서 과학과 사법으로 엄밀히 입증돼 있다.
기후위기가 ‘PC(정치적 올바름)’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보호를 말하는 것은 비단 당위적 차원에서의 설득이 아니다. 지금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미래에 행동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는, 경제논리에 기반한 주장이 오히려 지배적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현재 탄소중립에 투입되는 재원을 3~6배 늘려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대로 탄소를 배출했을 때 2100년 한국이 해수면 상승에 따라 치러야 할 피해액은 404조원으로 추산된다. 14조원이 채 안 되는 환경부 전체 예산을 6배로 늘려 쏟아붓는다 해도 ‘남는 장사’가 어느 쪽인지는 자명하다.
과학계는 지역을 초월한 집단지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소수 음모론자들이 힘을 얻는 분위기를 우려한다. 99.9%의 과학을 애써 무시한 채 0.1%의 주장에 인생을 거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면 이런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지훈 이슈&탐사팀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