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녹취록’ 파문으로 여권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 1일 MBC가 보도한 녹취록에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태 최고위원의 육성이 담겨 있다. 논란이 일자 태 최고위원은 윤정부 성공에 전념하도록 보좌진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과장되게 말한 것이라며 발언 내용을 부인했고, 이 정무수석도 공천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파장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 최고위원은 녹취록 건에 이어 자신의 지역구 시·구의원과 이들의 가족·지인들의 쪼개기 후원 및 지방선거 공천 뒷거래 의혹까지 불거졌다.
태 최고위원은 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녹취록 내용을 재차 부인하고 ‘유출자 끝까지 색출’ ‘음해성 정치 공세’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 등의 발언을 쏟아냈는데 적반하장의 처신이 아닐 수 없다.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발언은 사실 여부를 떠나 대통령실의 공천 및 당무 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내용이다. 의원실 직원들과의 내부 회의 자리였지만 결코 해서는 안 될 발언이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면 더더욱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데도 논란이 확산되자 책임을 회피하고 유출자 탓하기에 바빴다. 제주 4·3 왜곡 발언 등 잇단 설화로 지난 1일 중앙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 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이후 녹취록과 후원금 의혹이 연달아 불거졌는데도 자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남 탓이고 자신은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투다.
당의 중심을 잡고 모범이 돼야 할 최고위원이 상식 이하의 잦은 설화와 의혹으로 오히려 당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당 윤리위가 김기현 대표의 요청에 따라 긴급회의를 열어 오는 8일 회의에서 녹취록 건을 병합심사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하기로 했는데 태 최고위원이 자초한 일이다. 태 최고위원은 자숙하고 당 윤리위는 엄정히 심사해 합당한 징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