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당신이 놓고 간 말
종일 탁자 위에 얹혀 있네
아직은 나의 것이 아니고
더는 당신 것도 아니어서
덩그러니
-권상진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 중
말이 너무 많고 한없이 가벼워진 시절에 이 시는 몇 줄의 짧은 문장으로 말에 묵직한 중량감을 조성한다. 어떤 말은 흩날려 사라지지 않고 “종일 탁자 위에 얹혀 있”다. 어떤 말은 “당신 것”을 내어준 것이다. 그 말이 “나의 것”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사라지지도 않고 나에게 속하지도 않은 채 그저 “덩그러니” 있는 말을 종일 들여다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