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도 말로, ‘닉은 동티미’(익은 동치미)를 먹으며 시인 백석과 김소월을 생각한다. 북에서는 유명한 시인에 대해 알 겨를이 없었다. 내용을 접했더라도 지금처럼 멋지게 읽지는 못했을 것이다. 김소월과 백석을 알아가며 평안도의 나박김치와 동치미가 더 좋아졌다.”
겨우내 땅 속에 묻었다가 봄에 꺼낸 무로 담근 나박김치를 이야기하며 위영금은 평안도가 고향인 두 시인의 시를 떠올린다. 그는 1968년 함경남도 고원군 수동구 장동에서 태어나 1998년 탈북했고, 2006년 남한 땅을 밟았다.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는 그가 기억하는 고향의 음식과 새로 만나게 된 음식, 그것들을 아우르는 기억에 대한 책이다.
위영금에게 음식은 현실이었고 생존의 문제였다. 굶어 죽지 않으려 두만강을 건넜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해소할 수 없는 허기짐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됐다. 음식의 반은 기억이다. 저자는 “얼룩진 시간도 빛나는 시간도 모두 내가 살아온 삶이다. 내가 먹고 내가 되었듯 지나온 시간 동안 기쁘고 슬프고 감사한 이야기를 밥상에 올렸다”고 했다. 예전보다 풍요로워진 시대에 살지만 끼니는 인간의 마음을 달래주고 힘을 준다.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문화와 문화를 잇는다. 이 책은 지역과 문화,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50가지 음식을 통해 북한의 다양한 식문화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각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덧붙여 독자들이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했다.
김치만 해도 남한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함경도 명태김치와 삼수갑산 갓김치, 두만강 너머 지역에서 맛본 영채김치 등 여러 가지가 등장한다. 북한을 경험한 저자가 말하는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에는 귀가 솔깃한다. 칡국수와 도토리국수 이야기에선 어린시절의 추억과 힘들었던 날들에 대한 기억이 묻어난다.
저자는 2012년 경기 남부 통일교육센터(현 경인통일교육센터)에서 상근직 간사, 강사로 일하며 북한학 공부를 시작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2018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1년부터 경기신문 오피니언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혜산문학상 아시아의 시선상을 받았다. 봉사단체 ‘내고향만들기공동체’, 문학단체 ‘행복여정문학’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 시집 ‘두만강 시간’이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