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투자자문 난립 주식 작전세력 온상

입력 2023-05-04 04:09
국민일보DB

최근 주가 폭락을 일으킨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사태는 투자자문사 간판을 내건 금융범죄 세력의 주가조작 사건 수사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주가조작의 핵심 설계자로 지목된 라덕연씨가 유사투자자문사와 투자자문사 등을 이용해 거액의 투자금을 모은 뒤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당국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는 유사투자자문사에 대한 허술한 관리·감독이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3일 기준 2142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 280건이던 등록신고 건수는 2020년 387건, 2021년 335건, 2022년 459건으로 불어났다. 매년 수백곳의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새로 등장하는 셈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유사투자자문사는 전문성이나 최소 자본금 요건 없이 누구나 당국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금융 당국에 등록할 수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은 간행물이나 출판물, 통신물, 방송 등을 통해 투자 조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라씨도 2014년 금융감독원에 유사투자자문업을 신고한 뒤 활동 폭을 넓혔다. 유사투자자문업체와 투자자문사 등을 설립하고 폐업하는 것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투자일임은 할 수 없지만 그는 미등록 투자일임업을 해왔다.

유사투자자문업 간판이 범죄에 활용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린 이희진씨도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설립해 미등록 투자매매업을 해오며 거액의 돈을 빼돌리다가 2016년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금융 당국은 ‘제2의 청담동 주식 부자 사건을 막겠다’며 관련법령 위반 등의 사실이 적발되면 직권말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라씨가 2014년부터 운영해온 유사투자자문업체는 2019년 직권말소로 퇴출당했다. 하지만 라씨는 2020년 정식 투자자문업체 ‘알앤케이홀딩스’를 세워 새롭게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자문업은 당국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지만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 2억5000만원의 조건만 충족하면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와 금감원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이날 SG증권발 사태의 진원으로 거론되는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해 키움증권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다른 증권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주가조작 가담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이광수 김준희 이형민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