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반대’ 조무사 파업 의사가 접수·수납 맡기도

입력 2023-05-04 04:04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간호법 강행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의료연대가 간호법 제정에 반대해 첫 연가 투쟁에 나선 이날 서울 양천구의 한 의원에서 의사가 수납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 권현구 차민주 기자

3일 서울 양천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 접수대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서 있었다. 환자가 들어서자 의사는 신분증을 건네받고 컴퓨터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다. “환자분, 진료 들어오세요”라는 안내도 직접 했다.

이 병원 경문배 원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진료 외에도 환자의 진료 접수, 혈압 측정, 진료 안내, 수납 등의 업무를 혼자 처리했다. 평소 간호조무사 3명이 근무하며 담당하던 일이었다. 병원 입구에는 ‘간호법/ 면허 박탈법 강행처리’라는 제목 아래 ‘본원 간호조무사들이 집회에 참석해 불가피하게 진료 지원에 불편을 일으켜 죄송하다. 진료 정체가 생길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병원을 찾은 안모(64)씨는 “파업을 하는 줄 모르고 병원에 왔는데, 의사가 접수하는 걸 보고 병원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며 “진료실에 앉아 있어야 할 원장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 원장은 “환자가 많이 몰리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간호조무사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며 “다만 병원 문을 닫는 ‘완전 파업’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했다.

이날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를 중심으로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제정에 반발해 연가 투쟁에 나섰지만 의료 현장의 혼란은 크지 않았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등 필수 의료 현장을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이날 부분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집회 시간을 오후 5시 이후로 잡고 참여 방식을 자율에 맡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동네 병·의원이 오후 1시부터 단축 진료에 들어가거나, 간호조무사의 공백으로 진료 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일부 발생했다. 응급 환자 이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대한응급구조사협회도 비번인 회원을 중심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의료연대는 오는 11일에도 이날과 같은 방식으로 2차 연가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용산 대통령실 앞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총파업에는 전공의들의 연대 가능성도 있다.

이에 맞서 대한간호협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호법 반대 단체들은 법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국민 불안을 조성하고, 총파업 운운하며 국민 생명을 담보로 겁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