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항균·분해 능력 복합유산균 ‘바루’ 개발… 오염된 물과 흙 창조상태로 복원 소망

입력 2023-05-03 21:11
김영미 소장은 토종 순수 미생물 바루로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환경을 회복시킬 수 있어서 자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김영미 소장 제공

지에스엘바이오(GSL BIO) 김영미(62) 소장은 복합유산균 바루(BARU)의 어머니로 불린다. 바루는 제주에서 자생하는 약초에서 국내 기술로 추출한 100% 토종 유산균이다. 지난달 17일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김 소장은 “미생물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이기에 회사 이름도 GSL(God Sent Lactobacillus)”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1980년대 후반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공부하며 고추장 된장 등을 직접 담가 보면서 미생물 발효 효과에 관심을 가졌다. 그 무렵 무농약을 고집하며 200㏊ 대지에 농사를 짓는 일본인 친구를 알게 됐다. 어느 날 그 친구는 “무농약 농사를 짓다 보니 제반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평소 미생물에 관심이 많은 김 소장에게 “친환경 농사에 유익한 미생물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김 소장은 실험을 통해 특정 시간대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미생물을 발견, 식물에서 미생물을 추출해 농약 대체 복합유산균을 만들었다. 일본인 친구는 김 소장이 개발한 복합유산균을 사용해 제반비용이 4분의1 수준으로 줄었으며 작물의 품질은 더 좋아졌다고 크게 만족했다.

일본 농가와 축산 현장에서 테스트를 하며 자신감을 얻은 김 소장은 2005년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한국 농가는 화학 농약의 사용이 당연한 시기였다. 농번기 때 꾸준히 화학농약을 사용한 농부들이 농한기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김 소장 눈에 들어왔다. 김 소장은 사람도 위험하고 먹거리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농가에 화학 농약 대신 복합유산균을 살포했다. 그 결과 농토가 살아나고 수확량이 늘어나 한국과 일본에서 입소문을 탔다. 2010년 구제역 파동 때는 경기도 공무원들이 구제역을 피해 간 일본 축산농가에 견학을 갔다가 김 소장이 만든 복합유산균을 닭과 돼지에게 먹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경기도가 안성에 직접 배양장을 차릴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해주었다.

김 소장은 2012년 제주도에 지에스엘바이오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제주에서 야생하는 어성초 녹차 뽕잎 등의 약초에서 미생물을 추출했다. 이렇게 추출한 15종의 유산균과 2종의 효모균 그리고 제주 용암해수 등을 혼합해 신소재 복합유산균 바루가 탄생했다.

바루는 단일 미생물이 아닌 복합 미생물로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력이 강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높은 항균력과 분해 능력을 보이는 장점이 있다. 바루가 농 축 수산업 농가에서 두루 사용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소장은 “바루를 사용하는 농가는 오염된 토양이 개선돼 수확량이 증가했으며, 축산 현장에서는 악취가 저감되고 폐사율이 감소했다. 또 수산업 현장에서는 양식장 수질환경이 개선돼 무항생제 양식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2013년 제주도청과 함께 오염된 하천 녹조 제거와 수질정화 작업을 하며 바루를 살포하자 2일 만에 녹조제거에 성공해 효능을 입증하는 등 현재까지 울산 광주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환경관리 시범사업을 했다. 실제 바루를 사용한 외부 단체에서는 효능에 만족하는 것은 물론 다른 지자체의 시범사업 등을 소개해주고 있다.

울산광역시청 하수과 김석규 과장은 “30년 동안 수많은 미생물 처리업체가 방문했지만 되는 것도 못 보았고 될 거라고 생각도 안했다. 하지만 바루의 악취제거와 슬러지 저감 성능에 대해 깜짝 놀랐다. 현장에 출입하는 직원들이 더 이상 방독면을 쓰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지에스엘바이오는 바루를 이용해 악취저감 환경개선제, 친환경 유기농업자재, 친환경 어업을 위한 사료 등을 개발해 2021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장영실 국제과학문화대상’을 수상했다. 또 같은 해 조달청으로부터 미생물을 원료로 하는 국내 최초의 혁신제품 인증을 받는 등 현재까지 기술특허 10종 및 상표특허 14종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바루는 일본 중국 베트남 등 관련 업체와 계약을 완료했고, 미국 캐나다 케냐 말레이시아 태국 등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바루를 2020년 1월부터 새우 양식장에서 사용한 베트남 ‘Petro Vietnam’ 응우엔 홍키CEO는 “기존 새우 치어에서 출하시까지 생존율이 17%에 불과했으나 바루 사용 이후 60% 이상으로좋아졌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하나님이 만드신 지구환경이 화학제품으로 훼손되었다”며 “화학제품이 아닌 토종 순수 미생물 바루로 훼손된 자연환경을 회복시킬 수 있어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바루의 항균성과 면역력 증진 등의 효능을 살려 최근 건강기능식품 비누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화학제품이라면 부작용이 있지만 천연제품이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해균을 최소화시키고 유익균을 증가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부산대학교 Grand 융합의과학 교육연구단에서 간암세포 항암분석을, 화장품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여드름 항균시험 등을 마쳤다. 현재 비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처방전 없이 약국·편의점 등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증을 획득했다. 김 소장은 “비누를 사용하면 피부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비누를 쓰고 난 후 흘려보낸 물은 하수구 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지에스엘바이오는 5명의 연구원과 총 20여 명의 임직원이 있지만 김 소장의 전공은 미생물과 전혀 관련이 없다. 젊었을 때부터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실험을 해본 유산균이 현재 사업체로 확장됐다. 김 소장은 “만약 전공자였다면 유산균의 살균효과를 의심했을 것 같다”며 “비전공자였기 때문에 유산균 너머의 것이 보였고 틀을 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매년 업무 노트를 바꿀 때마다 맨 앞장에 기도제목을 붙여 놓고 있다.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농민과 기업, 국가를 돕길 원합니다. 정직하고 바르게 이윤을 창출해 함께 일하는 임직원 가족과 더불어 잘 사는 기업이 되길 원합니다.” 김 소장은 한국 토종 유산균 바루 앞에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비전을 품고 있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