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쑤저우(Suzhou)에는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어서 한국인 가정이 많다. 남편과 아버지를 따라 갑자기 한국을 떠난 아내와 자녀들이 낯선 곳에서 기댈 수 있는 가장 든든한 곳은 한인교회였다. 소주한인연합교회(권요셉 목사)는 한인사회에 아낌없이 도움을 주는 그런 곳이었다. 나는 이곳 교회학교에서 4년 동안 고등부 3학년 학생들의 선생님이었다.
고3 수험생이라면 예외는 없겠지만 소주의 고3 학생들도 많이 불안해했고 스트레스도 컸다. 이런저런 불안한 요인 중에도 2019년 우리 반 학생들은 교회에 있기를 그렇게 좋아했다.
새벽예배와 수요일 기도예배를 드리고 금요일 저녁예배도 드렸다. 토요일에도 모이고 심지어 주일예배가 끝나면 초등부 교회학교에서 봉사도 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너희들 공부는 언제 하니”라고 물으면 “교회에 없을 때 공부해요”라고 답했다. 찬양하고 기도하고 울고 공부하고… 내가 본 아이들의 모습은 그랬다.
그 중 배지민(23세) 학생은 교회에 안 오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부모를 따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소주에서 생활했고 잠깐 한국으로 귀임했다가 2015년부터 다시 소주에서 살고 있었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중국에서 보내며 교회 울타리 안에서 신나게 생활했다. 지민이는 1년 동안 몇 번이나 말했다.
“선생님. 저는 재수를 할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할 때 공부를 안 했잖아요. 교회 일을 열심히 하는데 대학을 못가면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제가 하나님 영광을 가리는 건 아닌지 고민이에요.”
여름방학 교회에서 진행하는 중고등부 선교지 비전트립에 이례적으로 고3 지민이도 신청했다. 특례입시를 앞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강남 입시학원에서 막바지 준비를 하는 때였다.
지민이는 어린 시절부터 선교지 어린이들을 보며 기독교 교육에 대한 비전을 품었고, 고3이라고 예외로 두지 않았다. 그렇게 입시를 끝내고 불합격 통보를 내리받은 끝에 12월 말 서울의 한 대학에 가까스로 합격했다.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가 한국을 덮쳤다.
코로나로 출입이 불편했던 1년 동안 지민이는 매일 큐티를 하며 소주교회 고등부 담당 목사와 묵상을 나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코로나 기간을 주님과 동행하는 시간으로 삼고, 부모도 모르게 재수를 준비했다. 그렇게 혼자 공부한 끝에 연세대학교 신학과에 합격했다. 현재 2학년인 지민이는 “허비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돌아보니 하나님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 시간이었다”고 고백하며 다음세대 기독교 교육을 위한 꿈을 키우고 있다.
◇'그·하루-그리스도인의 하루'는 신앙생활에 힘쓰는 평범한 그리스도인의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성원 바랍니다.
박성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