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열림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10년대 초반 인터넷 트위터(Twitter)를 대표하는 밈(Meme) 사진으로 유명하다. 홍익대 미대 학생이 현대미술의 키워드인 양면성의 모티브를 찾아오라는 과제에 ‘열림교회 닫힘’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제출하고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한 장에 리트윗(인용)이 13만 번이 넘어선 덕분에 열림교회는 ‘트위터의 성지’로 불리며 젊은이들이 현장을 찾아 사진을 찍는 곳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올해 교회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열림교회에서 지난 21일 이인선(58) 담임목사를 만났다.
이 목사는 당시 해프닝을 기억하며 “오히려 교회가 자연스럽게 홍보되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해당 문은 교회의 출입문이 아니라 교육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한 주택의 주차장 문이었다. 열림교회 진짜 출입문은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열려있다. 당시 사진과 함께 관련 기사가 쏟아졌는데 교회 성도와 지역 주민 그리고 인근 대학생들까지 “우리 동네 교회다”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교회다” “가보니 출입문이 열려있더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열림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로 유명하다. 2002년 열림교회에 부임한 이 목사는 재적인원 250명인 교회가 펼치는 구제 및 선교 규모에 깜짝 놀랐다. 교회창립 때부터 농어산촌 미자립교회 100곳을 선교 후원하고 있었고, 매달 지역의 생활보호대상 노인 200여 명에게 쌀과 부식을 나누며 섬기고 있었다. 이 목사는 열림교회 부임 이후 잘 진행되고 있는 선교와 나눔 사역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생활보호대상 노인들에게 쌀과 부식을 나누면서 복음을 함께 전하기로 하고, 매달 이틀에 걸쳐 봉사자들과 함께 방문하여 기도하며 복음을 전했다. 또한 미자립교회 후원의 경우 매달 선교비 후원과 별도로 음향장비 및 건축자금 지원, 자립 프로그램 지원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목사는 “선교와 섬김은 꾸준히 끝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회창립 30년, 선교와 지역사회 섬김도 30년째”라고 말했다.
몽골선교는 올해로 19년째 이어가고 있다. 2004년 34명의 단기선교팀이 몽골 울란바토르 지역 하나님의어린양교회(김종진 선교사)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중·고등부와 청년부가 주축이 된 단기선교팀은 4개월 동안 직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교재도 만들어서 현지에서 일주일 동안 영성집회 문화교실 공동체놀이 등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했다. 그뿐 아니라 1년 동안 현지 교회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교사교육과 교재 및 물품 등을 지원했다. 그 후 매년 여름 몽골선교를 이어가는 한편 현지인 장학생 1명(을지바트 강툭스)을 한국으로 초청해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후원하여 교수 및 번역을 위한 사역자로 양성했다.
열림교회는 몽골에서 선교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몽골에 한국인이 선교목적으로 세운 후레대학교를 위해 본관 건물을 봉헌했으며, 하나님의어린양교회가 자리를 잡아갈 무렵인 2013년에는 날라이흐 지역 생수의강교회에 선교사(이헌영 김영미)를 파송했다. 올해는 교회창립 30주년을 맞아 몽골 울란바토르에 ‘열림 어린양문화센터’를 건축하고 있다. 지역 어린이 도서관 및 빈민 아동 데이케어센터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목사는 “초창기 몽골선교에 참여한 중 고등부 학생들이 결혼해 자녀를 낳아 현재 그 자녀들의 몽골선교를 돕는 스텝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믿음의 계보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선교지에서 비전을 찾기 원하는 마음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림교회는 2010년 필리핀 코피노(한국남성과 필리핀 현지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위한 단체 사단법인 메신저인터내셔널을 함께 창립해 기관과 협력선교를 시작했다. 코피노 아이들을 한국과 필리핀 모두가 책임지지 않는 것을 보고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선교사(김정석 유희선)를 세부센터로 파송해 코피노 아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부터 현재까지 열림교회는 ‘미션 열림’이라는 표어 아래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사명을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교회의 사회적 이미지가 실추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교회만을 위한 교회가 아닌 세상을 위한 교회로 사용되고자 ‘사랑을 잇다’라는 지역사회 섬김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등 교회를 적극 개방하고 있다.
교회창립 30주년을 맞아 올해 새롭게 시작한 일도 있다. 지난 1월 교회 내에 ‘미래기획연구소’를 설립해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 학생 중 우수 인재를 연구 장학생으로 선발했다. 선발된 연구 장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 및 매월 생활보조금을 지원한다. 올해 초 3명의 연구 장학생을 선발했으며 다음 학기에 2명을 추가 선발해 총 5명의 연구 장학생이 미래기획연구소에서 활동하게 된다.
미래기획연구소는 ‘입학희망자가 줄어들고 있는 신학교에 교회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이 목사는 신학생들을 학교에만 맡겨두지 않고 교회가 함께 관심을 두고 예비 목회자를 양성하면 어떨까 싶었다. 기업들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과 손을 잡는 것처럼 교회도 신학교와 손을 잡고 인재를 양성하자는 미래기획연구소 설립 취지에 교회 장로들과 성도들도 한마음으로 동의해 주었다.
이 목사는 “우리 교회는 하나님께서 하라고 말씀하신 일은 끝까지 한다”며 “앞으로 미래기획연구소 소속 장학생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기획연구소를 통해 목회현장에서 고민하는 과제들이 연구되면 결과를 열림교회 목회에 적용하고 한국교회와 신학교를 통해 공유할 계획이다. 열림교회의 문은 교회의 비전처럼 ‘하나님을 향해’ ‘이웃을 향해’ ‘미래를 향해’ 언제나 열려있다.
박성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