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누그러진 고물가… 전기·가스료가 복병

입력 2023-05-03 04:09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권현구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 상승률 둔화를 이끌었다. 다만 전기·가스·수도와 외식 물가 등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체감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한 것은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었던 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까지 5%대를 기록하다 2월부터 4%대로 내려갔다.


국제유가 하락 여파가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6.4% 떨어졌다. 이는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지난해 4월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올랐던 기저효과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식비나 공공요금 등 ‘체감형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물가 하락을 실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물가는 7.6%나 증가한 외식비 영향으로 6.1% 올랐다. 지난 2월 28.4%라는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이번에 23.7% 올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물가 상승 흐름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 상승률은 3개월 연속 4.0%를 기록했다. 1340원대를 기록 중인 원·달러 환율도 물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 추이와 공공요금 인상 폭 등 불확실성이 높다”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흐름이 꺾일 경우 정부가 올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