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SNS 내용 압수 영장 남발” vs “수색 통제 없어야”

입력 2023-05-03 04:06
뉴시스

이메일과 카카오톡 대화 등을 사실상 전부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영장 남발로 시민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주장이 전국 영장전담판사 회의에서 제기됐다. 검찰은 곧바로 “법원이 압수 전 단계인 수색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법부가 추진 중인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를 놓고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법원행정처 형사지원심의관 정재우 판사는 지난 1일 전국 영장전담법관 온라인 간담회에서 입사 3년차 사내변호사 A씨의 사례를 들면서 “시민 사생활 침해 위험이 심각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A씨는 회사 대주주 뇌물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 PC 카카오톡, 이메일 등을 압수당했다. 영장에는 ‘본건과 관련 있는 기획 정책 인사 등 검토보고서’ 등 수십개 항목이 적혔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메신저 대화 등이 범죄 혐의와 관련 있는지 일일이 선별하기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A씨는 이튿날 검찰에 출석하려 했지만 대화 내용을 모두 열어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검찰에 협조하는 게 회사에 유리하다’는 변호인 조언 등을 이유로 선별절차를 포기했다. 결국 A씨가 친구와 나눈 사적인 대화까지 검찰이 확보하게 됐다.

정 판사는 “압수수색 한 번 당하면 평생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며 “수사기관이 입수한 정보가 어떻게 보관·폐기되는지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영장 청구는 2011년 10만8992건에서 지난해 39만6671건으로 3.6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장 발부율도 87.3%에서 91.1%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법원이 사전에 검색어의 범주·유형·목적을 제한하는 식으로 무분별한 수색을 막아야 한다는 게 정 판사의 주장이다. 사전 대면심리 대상은 통상 ‘피의자’가 아닌 ‘수사기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수사 밀행성 침해 우려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2일 반박 입장을 냈다. 먼저 영장 건수 증가에 대해 “과거 영장 없이 수집했던 CCTV 영상, 포털사이트 가입자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 포함 자료를 현재는 모두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정식 압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사전 대면심리가 진행되면 절차 지연 및 수사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이 압수 전 단계인 수색을 압수와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통적 압수수색에서도 압수 대상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옷장, 서랍 등을 열어봐야 하는데 저장장치 탐색 자체를 제한하면 증거 압수를 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