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작렬’ 중국, 한중일 재무회의에 장관 대신 차관급 파견

입력 2023-05-03 04:04
인천 송도에서 2일 열린 제23차 한·중·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앞서 천칭 인민은행 국제심의관, 왕동웨이 재정부 부부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일 재무장관회의가 4년 만에 대면으로 재개됐지만 중국은 장관 대신 차관급을 회의에 보냈다. 최근 냉각된 한·중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일 양국은 양자회담을 열고 연내 재무장관회의 개최를 약속하는 등 ‘해빙 무드’를 이어 나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한·중·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주재했다. 추 부총리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협력이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회복 엔진이 될 수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3국 간 경제 협력을 본격 재개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중국은 장관급인 류쿤 재정부장(기재부 장관에 해당) 대신 차관급인 왕동웨이 재정부 부부장을 대표로 내보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자리에는 천칭 인민은행 국제심의관이 대신 참석했다. 4년 전 ADB 연차총회 때만 해도 중국은 재정부장을 참석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연이은 방일·방미 일정과 대만 관련 발언으로 한·미·일 공조를 우선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참석자 격하’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중국은 전날까지 중국 측 참석자를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장관 불참 카드는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일본에서 한·중·일 재무장관회의가 열렸을 때도 중국은 차관급을 대신 내보냈다. 당시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로 일본과,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빚는 중이었다. 미국과의 ‘신냉전’이 본격화한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중국 측 참석자는 차관급이었다.

한국 정부는 류쿤 재정부장의 불참 사유가 중국 내부 이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국 내 일정이 있다고 들었고 특별한 불참 사유를 전달받은 바는 없다”며 “(중국 측과의 관계가) 냉각됐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이날 3국 재무장관회의에 이어 한·일 재무장관 회담을 진행하며 해빙 분위기를 이어갔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7년간 중단됐던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올해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양국 재무 담당자들이 정례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채널을 복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담은 특정 현안에 대한 대화를 뜻하고, 회의는 관계자 간의 주기적인 만남을 뜻한다.

추 부총리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회담 후 “양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을 지속하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올해 중 일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양국 관계가 악화되며 2016년을 끝으로 더 이상 개최되지 않았다. 오는 6월에는 일본의 차관급 인사가 회의 준비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아세안+3(한·중·일)’ 회원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세계적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역내 금융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인천=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