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2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회의 파행 2주 만이다. 최저임금위는 매년 인상률을 놓고 노사 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올해는 노동계와 공익위원 간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심의가 더욱 험난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첫 회의는 지난달 1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동계가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장 내에서 시위를 벌였고 이에 공익위원들이 입장을 거부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근로자위원 측은 이날도 권 간사의 중립성·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날을 세웠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과 상생임금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주69시간제’ 등 윤석열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사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박준식 공익위원장을 향해서도 “회의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등 역할을 저버렸다.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권 간사는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최저임금위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라며 “생각의 다름을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거나 위원회에 운영 외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최저임금위 존재나 운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공익위원장도 “사과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동계는 물가폭등과 실질임금 하락을 이유로 내년도 최저시급을 1만20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삭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서도 노사 간 견해차가 크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근거 조항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정부 용역을 통해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여러 연구 검토가 있었으니 올해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업종 중심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종=박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