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뉴욕에서 전학 온 피해 학생은 학업 성적이 최상위권이었을 뿐 아니라 기숙사 학생회장으로 뽑힐 만큼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강간범이라는 헛소문이 그를 따라다녔다.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에는 강간범 퇴치용 호루라기가 들어 있었다. 소문은 학내에 그치지 않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도 확산됐다. 조사에 나선 학교 측은 피해 학생을 괴롭히고 소문을 퍼뜨린 가해 학생을 적발해 퇴학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고 소문의 진위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가해 학생의 퇴학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피해 학생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몇 시간 뒤 피해 학생은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 측은 유족들과 오랜 협상 끝에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였다. 자살 예방과 괴롭힘 방지 등 다양한 학교폭력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최우선으로 삼기로 했다. 기숙사 동료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심리상담을 실시하고 모든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덜어주기 위한 외부 전문가 컨설팅도 받기로 했다. 학교는 피해 학생을 기리는 추모 예배를 갖고 유족들이 설립하는 학교폭력예방 재단에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책무를 일깨워주는 로렌스빌 고교 사례는 우리나라 학교와 교육 당국에도 귀감이 됐으면 한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