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떡 케이크 위에 올린 망고·패션푸르트 셔벗, 쌀 시럽에 저린 미국산 호두알, 한국 배와 서양 배를 재스민차에 절여 카바사 셔벗을 올린 디저트, 흑임자 셔벗, 옥수수로 만든 무스 케이크, 한국 배를 얹은 흑미 케이크….
우리 토종 재료가 가득한 이 디저트들의 국적은 한국이 아니다.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프랑스 파리에 터를 잡은 한국 요리사들의 디저트 전문점 메뉴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한국산 식재료와 프랑스식 디저트·제빵 조리법이 만나 탄생한 ‘하이브리드 디저트’ 열풍이 미국과 프랑스에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파리와 뉴욕,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한국 요리사들의 인기 디저트를 상세히 소개했다.
파리 파크하얏트 호텔 식당의 디저트 책임자인 김나래 요리사는 셔벗을 곁들인 찹쌀떡 케이크, 한국 배와 서양 배를 같이 절인 셔벗 디저트 등을 만든다. 이 메뉴는 식당에서 가장 일찍 동이 나는 디저트로 유명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최고급 식당 ‘베뉴’ 디저트 책임자인 에리카 아베씨는 흰 콩과 쌀로 만든 화(花)과자, 유자를 젤라틴 크림에 절인 유자화채 등으로 호평이 자자한 요리사다. 일본계인 남편의 성을 땄지만, 그는 한국인이다.
뉴욕 맨해튼의 최고 인기 디저트 전문점 ‘리제’를 운영하는 이은지씨의 ‘시그니처 메뉴’는 옥수수 알갱이를 갈아 만든 케이크에 프렌치 크림을 올린 옥수수 무슈. 흑미 가루 빵으로 겹겹이 쌓아 올리고 한국 배를 위에 얹은 디저트도 대표 메뉴다. 두 메뉴는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아예 살 수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영국 런던에 디저트 전문점 ‘솔잎’을 낸 기보미씨는 흑임자 셔벗과 흑임자 페스트리로 지난해 미슐랭 ‘원 스타’ 평가를 받았다.
뉴욕 최고 한정식 전문점 ‘정식’의 디저트를 책임졌던 손요나씨는 흑미 푸딩과 팥·녹차 쿠키를 만들어 이 식당의 최고 인기 메뉴에 선정되기도 했다. 손씨는 최근 귀국해 고향인 부산에 ‘파티세리 아르모니’라는 디저트 전문점을 차렸다.
이들 셰프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특별히 한국적인 뭔가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맛있는 디저트 하면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생각나는 재료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NYT는 “서양인들에게 익숙지 않은 식재료들을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 K-디저트’가 프랑스식 페이스트리 요리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