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셀프 출석’ 예고한 宋… 檢 “와도 조사 진행 안해”

입력 2023-05-02 04:08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의 ‘종착지’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측이 “2일 오전 10시 검찰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자신의 경선캠프 전반과 후원조직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자 다시 한번 “나를 직접 조사해 달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조율되지 않은 일방적 출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바로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1일 송 전 대표 측의 ‘셀프 출석 발표’에 대해 “수사팀 일정에 따라 2일 조사 진행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석 일정을 협의한 바가 없으며, 만약 검찰청에 나오더라도 현시점에서는 조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피조사자가 ‘내일 나가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다른 일반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형사 절차와 맞지 않는다”며 “수사팀이 필요할 때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24일 프랑스에서 귀국한 직후 “오늘이라도 소환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선제적으로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검찰 거부로 무산됐다. 검찰은 ‘필요한 부분은 서면으로 제출하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송 전 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석하는 모습을 연출해 ‘자신은 결백하다’는 메시지를 극대화하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송 전 대표 입장과는 무관하게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날 송 전 대표의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상황실장 등 주거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자금 운용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 29일 송 전 대표 전·현 주거지와 그의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압수수색한 지 이틀 만이다. 검찰은 최근 연이어 집행한 압수수색영장에 송 전 대표를 돈봉투 살포 혐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먹사연의 기부금 등이 경선캠프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먹사연의 기부금 모금액 명세서에 따르면 경선이 있던 2021년 총 3억7000여만원 기부금이 모였는데 전당대회 직전인 2~4월에만 1억4000여만원이 모금됐다. 먹사연과 경선캠프에서 회계 업무를 맡았던 박모씨는 최근 송 전 대표가 머물던 프랑스 파리에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송 전 대표 측은 “박씨 외에도 여러 사람이 단체관광을 왔었고, 이들의 방문은 검찰의 최초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 12일 이전”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먹사연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사 착수 이후 시점에 일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포맷되거나 교체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이뤄졌을 수 있다고 보고 이날 먹사연을 추가 압수수색해 폐쇄회로TV 저장기록과 차량 출입기록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만간 먹사연과 경선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본격 소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