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2호 양형 엇갈린 이유는

입력 2023-05-02 04:04
국민일보DB

산업 현장 사고에 대해 원청 대표이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이 최근 연달아 나왔다. 두 사건 모두 재판부가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과 경영책임자의 의무 불이행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중대재해를 기업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재해 전력 여부,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유무 등에 따라 두 사건 피고인들 양형은 엇갈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근까지 1심 판결이 나온 사건은 2건이다. 일산 요양병원 공사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에 대해 내려진 지난달 6일 고양지원 판결이 첫 번째였다. 재판부는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두 번째 사건은 같은 달 26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이 한국제강 대표이사 B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건이다.

법 시행 초기만 해도 원청 대표이사의 안전보건 관련 의무 불이행과 근로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손익찬 변호사는 두 건의 유죄 판결에 대해 “한 사람이 (산업 현장에서) 죽는 다는 게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기업 차원의 안전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에 발생한 범죄라는 정도까지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한국제강 사건에서 재판부는 중대재해를 시스템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로 보는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목적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B씨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중량물 취급 작업에 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그 결과 피해자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섬유벨트로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관계도 인정됐다. 온유파트너스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을 이행했더라도 이 같은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두 사건의 양형을 엇갈리게 한 가장 큰 지점은 산업재해 전력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한국제강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전인 2021년 근로자 사망사고가 있었고, 해당 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에도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유무도 달랐다. 온유파트너스 사건에선 공사 현장 소장이 따로 있었지만, 한국제강의 경우 대표인 B씨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역할까지 함께 맡고 있었다. 법무법인 바른 정상태 변호사는 “한국제강 사건에선 대표이사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총괄 책임자로까지 활동했다는 측면까지 재판부가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양형이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 변호사는 “한국제강 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만 있던 시절이었어도 실형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두 건의 유죄 선고가 나온 데 의미가 있지만 이제 양형 기준에 대해 논의해 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