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논의 ‘속도’… 내주 구체안 나올 듯

입력 2023-05-02 04:07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권현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마무리되면서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조만간 ‘20조원+α’ 규모의 자구책을 보고하면 당정은 추가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주에 공공요금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할 계획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이번 주에 경영 혁신 방안을 확정해 정부와 여당에 제출할 예정이다. 임금인상분 반납 등 사실상의 임금동결안과 인력 구조조정, 일부 자산 매각 계획 등이 혁신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피해가 온다”며 “에너지 공기업의 자구책 마련을 전제로 조만간 전기요금 조정을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그동안 공공요금 인상을 놓고 의견차를 보여 왔다. 국민의힘은 전기·가스요금을 올리면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산업부는 각각 30조원, 12조원에 달하는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 사태를 해소하려면 ㎾h(킬로와트시)당 10원 안팎의 전기료 조정과 추가적인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여당은 정승일 한전 사장의 거취까지 거론하며 이른바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다. 자구책만으로는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권 내부에선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정 사장이 거취를 표명한 이후에야 2분기 전기요금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공요금 인상을 목전에 두고 불거진 가스공사 연봉 논란도 변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가스공사 기관장의 연봉은 2억806만원으로 1년 전보다 43.4% 올랐다. 임원 평균 연봉은 1억7148만 원으로 같은 기간 30.1% 상승했다. 전체 공공기관 상임 임원 평균 연봉 증가폭(1.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가스공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이 2021년 미흡(D)에서 지난해 보통(C)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부채는 2020년 28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52조원까지 늘었다. 열악한 재무실적에도 가스공사의 평가 등급이 오른 것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만점 100점)에서 재무 분야 배점이 5점에 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만약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된다면 지난 3월부터 안정세에 접어든 ‘에너지 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3월 에너지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에너지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2021년 4월(4.9%) 이후 24개월 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3월 에너지 물가에는 1분기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 인상 요인까지만 반영돼 있다. 2분기 공공요금이 오르면 에너지 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

세종=박세환 신준섭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