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10시 검찰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검찰청사에 나오면 아직 조사할 때가 아니라는 설명을 한 뒤 돌려보낼 방침이라고 한다. 검찰의 소환 요구에 정치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끌었던 지금까지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하지만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것이나, 부르지도 않았는데 자진 출두하는 것이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기는 매한가지다. 송 전 대표는 귀국 전부터 여러 차례 수사 협조를 공언했다. 이제 와서 압수수색을 막 마친 검찰에 자신부터 먼저 빨리 조사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말 뒤집기에 불과하다.
송 전 대표가 신속한 조사를 요구하는 이유는 뻔하다. 지금까지 수사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 후보 캠프에서 현역의원 등에게 9400만원을 뿌렸다는 사안에 머물렀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가 직접 설립한 ‘평화와 먹고사는 연구소’(먹사연)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야기가 달라졌다. 정책 연구 명목으로 먹사연이 모금한 후원금이 송 전 대표 캠프의 경선자금으로 유용됐을 가능성도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불법 정치자금 규모가 9400만원이 아니라 수억원으로 커질 수 있고, 송 전 대표가 먹사연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밝혀지면 몇몇 캠프 관계자들의 일탈을 전혀 몰랐다는 지금까지의 해명은 모두 거짓이 된다. 검찰이 하자는 대로 순순히 따를 수 없는 지경에 놓인 것이다.
그렇다고 우격다짐으로 검찰청사에 나타나는 것은 곤란하다. 압수한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참고인을 불러 정황을 확인하는 게 수사의 기본적인 순서임은 상식이다. 구속기소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에 등장하는 윤관석 의원 등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검찰에 어깃장을 놓을 게 아니라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위를 소상히 해명해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 말한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별건수사 운운하며 무조건 막아설 게 아니다.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가 쇄신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돈봉투 의혹을 논의한다지만 여론은 아직 싸늘하다. 윤 의원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상황까지 고려한 선제적인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