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커진다… 검찰, 송영길 캠프 자금 전반 추적

입력 2023-05-01 04:04
프랑스에 체류하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지난 24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이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후원조직까지 조준하고 있다. 기존 혐의인 9400만원 외에 추가 금품 살포 단서를 잡고 송 전 대표 경선캠프의 자금 운용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검찰은 이번 의혹의 핵심인물인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후원조직 관련 활동을 한 정황도 살펴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30일 송 전 대표의 전·현 주거지와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전날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 분석에 집중했다. 검찰은 먹사연 사무실에서 자금 조달과 관련된 회계 자료 등을 집중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선캠프 관계자들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물극필반’(모든 사물은 그 극에 도달하면 반전한다)이라는 입장을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먹사연은 그간 돈봉투 의혹 수사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 조직이다. 송 전 대표가 2015년 민생정책 연구·개발을 하겠다며 개소한 연구소인데, 검찰은 이곳이 송 전 대표 캠프의 자금 창구 내지 관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수사 범위를 9400만원 규모 돈봉투 의혹에서 송 전 대표와 그의 선거캠프로까지 넓힌 셈이다. 수사 경과에 따라 후원조직과 캠프 간 오간 불법·탈법적인 자금 흐름 규모가 수억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

검찰은 먹사연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들이 송 전 대표 캠프 자금 관리에도 관여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 핵심 피의자인 강씨 역시 송 전 대표와 연구소 관련 활동으로 연결된다. 강씨는 민주당 대전 동구 지역위원장이었던 2019년 연구소 부설로 운영된 포럼 ‘대전세종의길’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지역 언론에서는 대전세종의길 출범을 놓고 당 대표 선거를 위한 송 전 대표의 조직 확대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개인 후원조직까지 강제수사 대상이 되면서 송 전 대표의 직접 개입 여부를 따지는 수사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이정근 녹음파일’에는 송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인지 정황이 여럿 남아 있는 상황이다. 강씨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의 통화에서 “영길이 형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했더라”고 언급하는 식이다. 송 전 대표에게 돈봉투 살포 계획을 알렸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송 전 대표 소환조사가 이른 시일 내 이뤄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우선 신병 확보에 실패한 강씨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염두에 둔 보강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 등 공여자 그룹에 대한 조사도 남았다. 검찰은 먹사연과 송 전 대표 거주지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송 전 대표 직접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임주언 신지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