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소년에게 상습적으로 마약을 제공하는 마약사범들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까지 구형하겠다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최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마약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검찰 전체가 마약 범죄와의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검찰청은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마약 공급과 청소년을 동원한 마약 유통, 청소년과 함께 마약류를 투약해 중독시키는 범죄의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가중 처벌 조항도 적용하겠다고 30일 밝혔다. 미성년자를 마약의 덫으로 떠미는 범죄자들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사형까지 구형하겠다는 것이다.
대검에 따르면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30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이 1만4123명에서 1만8395명으로 30.2% 늘어난 것에 비해 10배에 달하는 증가율이다. 지난해 8월에는 16세 여성 청소년이 성인 남성 2명을 대동해 자신의 필로폰 투약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를 감금·폭행했다가 구속 기소된 일도 있었다.
검찰은 청소년 대상 마약 범죄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본다. 최근의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외에도 마약을 이용한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1월 경기도 수원에서는 17세 여성 청소년을 가출하도록 유도한 뒤 동거하며 심리적으로 지배해 필로폰을 투약하도록 하고 성매매까지 시킨 20대 남성이 구속 기소됐다.
대검은 스스로 공급망을 구축해 또래에게 마약을 판매·유통한 청소년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구속하기로 했다. 고3 수험생 3명이 성인 6명을 이른바 ‘드라퍼’(배송책)로 고용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등을 판매한 사건을 현재 인천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는 등 청소년이 직접 마약 유통에 나서는 사례도 느는 추세다.
다만 검찰은 마약을 단순 투약했으나 끊으려는 청소년에게는 처벌보다는 맞춤형 치료·재활의 기회를 우선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조만간 출범하는 제9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마약사범 양형기준 강화’ 안건도 상정하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마약은 단 1~2회 투약으로도 중독이 되며, 청소년 삶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부분 부모는 자녀의 비대면 온라인 마약 거래·투약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청소년이 투약 후 자발적으로 신고하기는 어려운 만큼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