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을 짚어주겠다” “손금을 봐주겠다”는 식으로 부하 여성경찰 손을 만지는 등 10여 차례 성희롱을 저지른 형사과장을 해임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A씨(52)가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20년 2월부터 한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여경들을 상대로 한 상습 성희롱으로 같은 해 7월 경찰공무원 중앙징계위원회를 거쳐 해임 처분을 받았다.
징계위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3~5월 여경 4명에게 16차례 성희롱 및 술자리 참여 강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맥을 짚고 지압해 준다는 구실로 여경들의 손과 어깨 등을 주물렀다. 사상체질 애플리케이션을 연 뒤 여경 어깨를 주무르면서 “너는 가슴이 작고 엉덩이가 큰 체형이네”라고 발언한 것도 징계 사유로 인정됐다. 회식 자리에서 “오빠라고 부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피해 여경은 A씨보다 20살 이상 어렸다.
A씨는 소송 과정에서 “여경들이 내게 앙심을 품고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들이 아프다고 하면 본인 동의하에 맥을 짚고 지압해준 것”이라며 “성희롱 의도는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 것은 편하게 지내자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경들은 직속 상관으로 인사권한을 가진 A씨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 있었다”며 “A씨가 업무상 필요나 도움 등을 가장해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계속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오빠라고 부르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너는 가슴이 작은 체형’ 등의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 및 다른 직원 진술에 모순되는 점을 찾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탄원서를 받으러 다니며 피해 상황 등을 노출하는 2차 가해를 범하고 있다”며 해임 처분은 과도하지 않다고 봤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